'신축 아파트 40% 저렴하게 살 수 있다'라는 말에 피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내 집 마련이 이토록 어려운 이 시기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을 울리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바로 '지주택'이라 불리는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유난히 낮은 분양가에 혹해 거금을 지불하고 지주택에 가입하는데요. 그러나 내 집 마련은커녕 돈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불사하고 있습니다.

과연 지주택은 왜 위험한 것인지, 이에 대한 문제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땅도 없이 시작하는 지주택

지주택은 쉽게 말해 아파트를 공동 구매하는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아파트를 공동 구매하는 걸까요? 바로 '주택 및 토지 소유자'가 아닌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죠. 지주택 조합원의 자격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주택조합설립인가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의 입주 가능일까지 무주택 세대주 및 전용 면적 85제곱미터 이하의 주택을 1채 소유한 세대주여야 합니다. 또한 조합설립인가신청을 현재 당해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하여 온 자여야 합니다. 

지주택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조합과는 다릅니다. 재개발 재건축 조합은 해당 지역 주택 및 토지 소유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지주택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조합원을 모으고, 조합을 설립한 후 조합원의 돈으로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것이죠. 이에 땅을 확보하는 절차가 어렵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2. '알박기' 있다면..?

만약 조합원 모집에 성공했다면 조합을 설립하게 됩니다.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15%의 토지 소유권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땅에 대해서는 토지 사용 승낙서 80%만 있으면 되죠. 토지 사용 승작서는 실제로 땅을 산 것이 아니라 '살 의향이 있는지'만 물어본 것이기에 그리 중요하지 않죠. 

조합 설립이 완료되면 사업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업 승인을 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바로 토지 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단계가 지주택 사업을 매우 힘들게 만들고 있죠. 만약 조합에서 토지 소유권을 94.9% 확보했지만 소위 '알박기'로 인해 0.1%의 토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를 악용한 지주택 업무대행사도 있었는데요. 대구의 한 지주택 업무대행사 대표는 사업 예정지 토지를 타인의 명의로 2억 5천만 원에 매수한 후 알박기를 해 조합 측에 8억 5천만 원에 매도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는 지금까지 소문만 무성했는데요. 실제로 이런 사례가 확인된 것이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입니다.

 

3. '합법적'으로 돈 빼돌리기 딱 좋아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돈을 빼돌리기 딱 좋다는 것입니다.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는 회계 감사 의무가 없고, 조합 설립 인가 이후에만 회계 감사를 받기 때문입니다. 이에 조합 가입비를 받아, 조합 설립 전에 돈을 탕진하면 조합원들은 돈을 받을 길이 없습니다.

실제로 한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돈 154억 원을 받아 광고비로 24억 원, 대행 수수료로 81억 원을 사용했는데요. 사업은 별다른 진척이 없는데도 업무 대행사에 경비, 월급 등을 준 것이었죠. 서울 구로구의 한 지주택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조합 설립 인가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847명이 낸 돈 450억 원을 모두 써 버린 것이었습니다. 땅이라고는 전체 필요 부지의 2.7%를 사는데 그쳤는데 업무 대행비로 47억 원, 모집 수수료로 95억 원을 쓴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현재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네요. 

 

4. "40% 싸게 드립니다" 그럼에도 혹할 수밖에 없어 

실제로 이런 어려움으로 인해 지주택이 제대로 입주까지 진행이 된 경우 매우 드뭅니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결성된 전국 지주택 730곳 가운데 입주까지 성공한 비율은 17%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서울은 성공률이 8.5%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주택 10개 중 1개도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죠.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지주택에 가입해 돈을 넣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저렴한 가격'이라고 홍보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주변 시세보다 40% 싸게 신축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홍보를 전적으로 믿고 조합에 가입하고 있는데요. 이에 조합 가입 후 2차, 3차 추가 분담금까지 내가며 신축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합을 믿고, 조합비가 신탁 회사에 맡겨져 있어 잘 관리될 것으로 믿고 '때가 되면 알아서 아파트가 지어지겠거니'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낸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5. 원수에게 추천한다는 지주택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지주택. 그러나 사업의 위험성으로 인해 '원수에게 추천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주택을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분양가를 유난히 강조하며 '시세보다 OO% 싸다'라고 홍보하는 곳은 의심해봐야 합니다. 또한 완공 시기나, 입주 시기가 아닌 '착공 예정 시기'만 기재되어 있다면 이 또한 지역주택조합일 가능성이 크죠. 또한 지주택은 'O차 조합원 마감!'이라는 표현으로 홍보를 하고 있기에 이런 경우 지주택임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주택에 가입하고 싶다면 어떤 것들을 확인해야 할까요? 바로 토지 확보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토지가 많이 확보되었다면 사업의 진행이 수월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사업의 진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아둬야 하겠죠.

또한 지주택에 가입했다면 사업 추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1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7월부터 적용했는데요. 이 법에 따르면 지자체의 홈페이지에 지주택의 조합원 수 토지사용권원 등 사업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은 이전부터 사업을 추진 중인 대다수의 조합에는 해당되지 않는데요. 이에 일반 조합원들이 정보를 열람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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